최우수작으로 뽑아놓고, 계약은 못 해주겠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13. 선고, 서울고등법원 2019. 9. 4. 선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공공기관이 건물 재건축공사의 설계자를 선정하기 위해 설계공모를 진행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공모는 단순한 아이디어 모집이 아니었습니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면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계약 체결 자격을 부여하는 구조였습니다. 의뢰인 측은 이에 따라 설계도면 등 응모작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전문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응모작을 심사했고, 심사위원 다수의 찬성으로 의뢰인 측 작품이 최우수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발주기관 대표자는 심사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뢰인 측 작품을 최종 당선작으로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발주기관은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설계공모 관련 업무를 종료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의뢰인 측은 최우수작 선정 결과에 따라 설계계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발주기관은 끝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2. 법무법인 이안의 주장
법무법인 이안은 이 사건에서 핵심을 이렇게 보았습니다.
첫째, 이 설계공모는 민법상 우수현상광고에 해당하고, 심사위원회의 최우수작 결정은 전문적·합리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발주기관 대표자에게 최종 승인 권한이 있더라도, 그 권한은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심사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거나, 작품 수준이 현저히 미달하거나, 공모 목적에 명백히 부합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심사결과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셋째, 그런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발주기관이 당선작 선정을 거부하고 공모를 종료했다면, 이는 위법한 행위이고, 의뢰인 측은 설계계약이 체결·이행되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3. 법원의 판단
가. 발주기관의 대표자가 계약체결을 거부한 것의 위법성 인정
법원은 발주기관 대표자에게 최종 당선작 선정 권한이 있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권한이 임의로 행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심사위원회의 최우수작 결정이 원칙적으로 구속력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설계공모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위해 전문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평가했다면, 발주기관은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작품 수준이 현저히 미달하거나, 공모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심사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발주기관이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런 사정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발주기관이 주장한 설계지침 위반, 작품 수준 미달, 예산 문제 등을 하나씩 검토한 뒤, 의뢰인 측 작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지 않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발주기관이 심사위원회의 결정과 달리 의뢰인 측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지 않고 설계공모를 종료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나. 손해배상 범위
이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는 손해배상의 범위입니다.
발주기관은 설령 책임이 있더라도 공모 준비에 들어간 비용 정도만 배상하면 된다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쉽게 말해 “실제로 계약을 한 것은 아니니, 믿고 준비한 비용 정도만 문제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의뢰인 측이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면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그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설계용역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준비비용, 즉 신뢰이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했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의뢰인 측이 청구한 6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인정했습니다. 항소심에서도 발주기관의 항소는 기각되었고, 1심의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4. 이 판결의 의미
설계공모나 입찰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칭찬이 아닙니다. 특히 공모 조건상 당선자에게 설계계약 체결 자격이 부여되는 구조라면, 발주기관은 합리적 근거 없이 심사결과를 뒤집을 수 없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거나, 내부 사정이 바뀌었다거나, 담당자가 마음을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당선자 지위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행정도 계약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항상 통하는 세계는 아닙니다.
이 판결은 설계공모·입찰 절차에서 발주기관이 심사결과를 함부로 뒤집을 경우, 단순한 참가비나 준비비용이 아니라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이익까지 손해배상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5. 법무법인 이안의 조력
입찰이나 설계공모에서 부당하게 계약체결을 거부당한 경우, 핵심은 단순히 “억울하다”가 아닙니다.
공모문, 현장설명서, 심사위원회 결정, 당선 통보, 이후 발주기관의 공문, 예산 문제의 실제 내용, 계약 체결 가능성, 손해액 산정 근거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특히 이행이익을 청구하려면, “계약이 체결되었을 가능성”과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법적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이안은 건축과 법률을 함께 이해하는 관점에서 설계공모, 공공입찰, 설계계약, 용역비 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설계공모에서 당선 또는 최우수작 선정 이후 부당하게 계약체결을 거부당하셨다면, 초기에 자료를 정리해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 내용은 개별 사건의 결과로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설계공모, 공공입찰, 설계계약, 용역비로 인해 문제가 있으시다면 법무법인 이안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